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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x닥터) 새

2012.06.11 11:57 | Posted by NikemaS 니케마스

 



-새


 

가족도 잃고 친구도 잃은 가련한 새는 그만을 따르는 충직한 새장을 타고 다니며 여행을 했다.

많은 이들이 잠시 새의 곁에 머물렀다가 다시 떠나기를 반복했고, 새의 날개는 차츰 무거워져 빛이 바랬다.

그 길고 지난한 여정 중에 자신을 맞닥뜨린 것은 새의 불행일까.
아니, 어쩌면.

"마스터......"

떨리는 음성, 그러나 대답은 쉬이 주지 않을 것이다. 애초에 대답을 바라고 발한 음성은 아니리라.
영민하게 대지를 뛰어다니던 두 다리 사이를 벌리고 들어가 은밀하게 숨겨진 동공을 더듬는다. 감겨진 새의 눈은 더 이상 자신을 보지 않고, 굳게 닫힌 새의 입은 자신과 함께 호흡하기를 거절했다. 하지만 새의 이 곳만큼은 자신을 담고 자신과 함께 호흡할 수 있을 것이어서 그는 혀를 길게 내밀어 깊고 은밀한 동공을 애무하고, 손가락으로 느리고 끈질기게 매만져 욕망을 강요했다.
세월을 더듬던 새의 시선이 이윽고 괴롭게 찡그려졌다. 영겁의 절망이 부스러지기 직전의 보석처럼 빛을 발했다. 수치심을 못 이긴 눈꺼풀이 떨리고, 다리는 활짝 벌려져 붉게 충혈된 음부를 보이며 풍요로운 대지를 약속했다.
그 절망을 난도하고 싶어서 따뜻한 새의 육체 안에 깊이, 깊숙이 몸을 파묻었다. 살고 싶어서, 그와 함께 생을 이어가고 싶어서 분노와 욕정을 연기하며 그를 안았다. 자신을 담을 줄 모르는 어리석은 새의 눈동자를 핥고, 호흡을 갈구하며 벌려진 새의 입술을 앗았다. 그 마지막 한 점의 호흡까지도 독점하고 싶었다. 자신이 닿지 못할 우주의 한 구석에서 새의 숨결이 사그라들길 바라지 않았다. 떨쳐도 떨쳐도 징그럽도록 달라붙는 악몽이여! 안식처럼 안온한 수면을 위해서라도 그는 새를 원했다. 간절히 원했다. 새의 호흡이 닿는 곳에 자신을 두고 그와 더불어 영원히 평온하게 잠들고 싶었다. 깊디깊은 불면을 가르쳐준 새를, 그냥은 놓치지 않을 작정이었다.
새가 품 안에서 울었다. 절망에 지쳐 낮게 우는 새의 부드럽고 뜨거운 내부를 범했다. 깊이, 더 깊이 들어가서 넓게, 더 넓게 벌리고 헤집었다. 잊지 못할 밤을 이 몸에 선연히 새겨줄 것이었다. 살갗을 드러낼 때마다, 살갗을 스칠 때마다, 그 모든 순간들에 소스라치며 자신을 기억하길 바랐다. 피부를 무수히 더듬어 입술로 낙인을 찍고 이를 드러내 깨물었다. 송송 맺히는 피를 달게 빨아먹으며 남자는, 마스터는 전율했다.
이것이 닥터다.
이 피부, 이 피, 이 살내음.

모든 것이 달디달다.
마침내 손에 넣은 새, 영원을 날던 나의 새.
마스터는 환희로 몸을 떨며 자신만의 새를 품에 안았다. 세월에 지쳐 이제는 뻣뻣해진 새의 깃털마저도 제게는 퍽 아름답고 보드랍다고 느끼면서.

서로를 낙인 찍어 전 생애에 종속시킬 이를 찾는, 그 길고 지난한 여정 중에 자신을 맞닥뜨린 것은 새의 불행일까.
아니, 어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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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07 02:28 | Posted by NikemaS 니케마스

 

니케마스의 소소한 취미 공간입니다.

주로 제가 직접 연성한 소설(...그리고 간혹 그림) 등이 올라올 예정이며,

생업에 종사하는 이유로 업데이트는 다소 늦을 수 있습니다.

따뜻하고 여유 있게, 또한 활기차고 재미나게! ~함께 취미를 즐기실 수 있는 분들, 환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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